미디어 언론 속 새별

미디어 활동

[법률방송]"숨만 쉬어도 털립니다"... 내 통장 인질로 잡는 '통장 묶기'

조회수 38

"숨만 쉬어도 털립니다"... 내 통장 인질로 잡는 '통장 묶기' < 안성열의 사건 클리닉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법률방송뉴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멀쩡하던 은행 계좌가 거래 정지 상태다. 인터넷 뱅킹 등 그 어떤 비대면 거래도 불가능하다. 


당신이 한 일이라곤 그저 평소처럼 자고 일어난 것밖에 없는데, 하루 아침에 금융 범죄의 용의자가 되어 밀린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이것이 바로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종 사기, 이른바 '통장 묶기'의 섬뜩한 현실이다. 


기존의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속아서 돈을 보내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실수'를 전제로 했다. 


하지만 통장 묶기는 다르다. 당신이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당한다. 방어할 틈조차 주지 않고 경제 활동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아주 악질적인 범죄다.


사기꾼들은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를 속여, 아무 상관 없는 일반인 B씨의 계좌로 소액을 송금하게 만든다. 


돈을 뜯긴 A씨는 즉각 은행에 "B씨 계좌로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 신고를 한다. 


이때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법'이 사기꾼의 무기로 전락한다. 


은행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가 접수된 즉시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B씨의 계좌를 전면 지급정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의 선의를 악용한 명백한 시스템의 허점이다.


주요 타깃은 계좌번호가 외부에 노출된 이들이다. 


식당 간판이나 전단지에 무통장 입금 계좌를 적어둔 자영업자,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가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계좌가 묶여 당장 생업에 치명타를 입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에게 사기꾼은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으로 "합의금을 주면 피해 신고를 취하해 통장을 풀어주겠다"며 은밀히 접근한다. 


당장 장사를 해야 하는 절박한 심리를 노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악랄한 사기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 당황하지 말고 차갑고 이성적으로, 다음의 행동 수칙을 기계처럼 실행해야 한다.



첫째, 사기꾼과의 타협은 곧 파멸이다. 


돈을 요구하는 사기꾼에게 절대 돈을 보내선 안 된다. 300만 원, 500만 원을 쥐여준다고 해서 묶인 통장이 풀린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당신을 겁주면 돈이 나오는 '호구'로 인식해 끝없는 협박의 굴레에 빠뜨릴 뿐이다. 사기꾼이 보내온 협박 메시지는 단 하나도 지우지 말고 모두 캡처하여 증거로 확보하라.



둘째, '공돈'은 없다. 입금된 돈에는 손끝 하나 대지 마라. 


"어라? 모르는 돈이 들어왔네?" 하며 그 돈을 출금하거나 써버리는 순간, 사기꾼과 공범으로 엮일 수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입금되었다면 즉시 은행과 경찰에 신고하고, 해당 금액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는 '반환 동의' 의사를 은행 측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셋째, 객관적 증거로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소명에 나서라. 


통장이 묶였다면 당장 은행 창구로 달려가라. "나는 통장 묶기 협박의 피해자이며, 사기 범행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이의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때 사기꾼과 나눈 텔레그램 캡처본, 중고 거래 내역, 사업자등록증 등 억울함을 증명할 모든 자료를 쏟아부어라.

 

금융감독원의 지침 및 2024년 8월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에 따라, 통장 협박을 받은 피해자가 객관적인 자료로 억울함을 소명하면 '입금된 피해 금액에 대해서만 부분 지급정지'를 하고, 나머지 계좌 잔액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제도가 개선되었으니, 이를 무기로 은행에 강력하게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완벽한 예방은 어렵지만 통장묶기 피해 확률은 대폭 낮출 수 있다. 


불필요하게 SNS나 인터넷에 계좌번호를 노출하지 말고, 중고 거래 시에는 가급적 안전 결제(에스크로) 시스템을 이용하라. 


출처 모를 돈이 들어왔을 때 '횡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피해자에서 용의자로 추락한다. 의심스러운 입금은 즉시 신고하고 건드리지 않는 것.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통장 묶기 사기의 90%는 막아낼 수 있다. 


/안성열<법무법인 새별 대표변호사>


출처 : 법률방송뉴스(https://www.lawtv.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