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열 변호사]<세계일보>檢, 여전히 피의자 수갑 ‘입맛대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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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1-0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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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검찰개혁의 주체’를 자처하며 피의자 인권 보장을 위한 자체 개혁안을 내놓고 있지만, 영장실질심사에 임하는 피의자에 대한 수갑과 포승 등 계구(戒具) 사용 여부 기준은 들쭉날쭉 적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계구 사용 기준이 ‘비공개’라는 규정을 내세워 국민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를 영장심사에 출석시키기 위해 구인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계구 사용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피의자는 법원 경내에서 법정으로 가는 길에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인 모습을 여러 사람 앞에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받는 피의자의 인격권은 물론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게 다수 법조인의 견해다.
검찰은 대검찰청 예규상 ‘체포 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지침은 “필요하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최소한 범위 내에서 체포 호송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어떤 상황에서 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공개 규정이어서 자세하게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건을 계기로 영장심사 때는 계구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전 사령관을 영장심사가 열릴 법정으로 데려가며 수갑을 사용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이 기각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구속) 동양대 교수 등은 수갑을 차지 않고 법원에 출석했다.
문제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요 사건 피의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도한 계구 사용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얼마 전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은 검찰 조사에 매번 출석하고 연락도 꼬박꼬박 받았다”면서 “흉악범이 아니고 도주 우려도 없었는데 검찰이 수갑을 채우고 법원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영장심사에서 혐의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영장도 기각됐다”고 했다. 법무법인 라온 김윤호 대표변호사는 “이동 중에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례도 있어 필요성은 일부 인정된다”면서도 “명백히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수갑만 간소하게 찰 수 있는데 포승을 심하게 엮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계구 사용에 대한 규정이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청법 어디에도 없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안성열 변호사는 “계구를 써야 한다는 기준이 모호해서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서 “신체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 계구 사용 기준 자체를 비공개 예규로 규정한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도주 우려를 판단하는 것은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것인데, 자진 출석한 사람이 달아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며 “이미 긴급 체포된 사람이거나 현저하게 도주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수갑을 안 채우는 것이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를 영장심사에 출석시키기 위해 구인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계구 사용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피의자는 법원 경내에서 법정으로 가는 길에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인 모습을 여러 사람 앞에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받는 피의자의 인격권은 물론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게 다수 법조인의 견해다.
검찰은 대검찰청 예규상 ‘체포 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지침은 “필요하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최소한 범위 내에서 체포 호송 등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어떤 상황에서 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공개 규정이어서 자세하게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사건을 계기로 영장심사 때는 계구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전 사령관을 영장심사가 열릴 법정으로 데려가며 수갑을 사용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이 기각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구속) 동양대 교수 등은 수갑을 차지 않고 법원에 출석했다.
문제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요 사건 피의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도한 계구 사용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얼마 전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은 검찰 조사에 매번 출석하고 연락도 꼬박꼬박 받았다”면서 “흉악범이 아니고 도주 우려도 없었는데 검찰이 수갑을 채우고 법원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영장심사에서 혐의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영장도 기각됐다”고 했다. 법무법인 라온 김윤호 대표변호사는 “이동 중에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례도 있어 필요성은 일부 인정된다”면서도 “명백히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수갑만 간소하게 찰 수 있는데 포승을 심하게 엮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계구 사용에 대한 규정이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청법 어디에도 없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안성열 변호사는 “계구를 써야 한다는 기준이 모호해서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서 “신체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 계구 사용 기준 자체를 비공개 예규로 규정한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도주 우려를 판단하는 것은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것인데, 자진 출석한 사람이 달아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며 “이미 긴급 체포된 사람이거나 현저하게 도주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수갑을 안 채우는 것이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